아침에 아내에게 어제 부탁받은 사과 오전중 보내야 하니 포장을 부탁했다
아내의 사과 따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장인 산소 벌초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교회 묘지에 벌초하러 가자고 하니 언제? 라고 되묻는다,
오늘 이라고 대답하니 사과는 어떡하고 ? 해서 부치고 가면되지 했다,
서둘러 준비한다.
예정에 없던 출발이다,
애초기 싣고 먹을 것 싣고 하는데 문오영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6시에 임원회를 대방교회에서 하니 참석 하라고 한다,
머리 회전이 빨라진다, 시간을 보니 현재시간 11시,
사과포장하고 우체국 가서 택배 부치고 출발하면 11시30분,
문경에서 안산 선부동까지 소요예상시간 3시간, 산소까지 올라가는데 30분,
그러면 오후3시 도착,
그리고 벌초하는데 2시간 정도 예상, 오후 5시 경 묘지에서 출발하여
대방동으로 가는데 1시간 정도, 그러면 6시 도착 가능,
그래서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리나케 샤워하고 회의 때 갈아 입을 옷 챙겨 차에 싣고 바쁘게 움직이는데 아내가 보이지 않은다,
나는 진땀을 빼며 준비 하는데 도와주지 못할망정 어디 갔단 말인가?
슬그머니 부화가 돋는다,
아내를 찾으니 사과 밭에서 사과 따고 있다,
뭐하는 거냐고 물으니 가면서 우리 먹을 것과 목사님드릴 것 딴다고 한다,
시간이 없다고 했다,
임원회 참석약속 안했으면 그냥 마냥 늦어져도 되지만 일단 참석한다고 약속 했으니 약속시간은 지켜야 되고 목사님께 사과드린다고 말한 적 없으니 사과 안 드려도 된다 그러니 그냥 빨리 가자고 했다,
점심은? 안 먹는다고 했다! 왜? 시간 없어서,
그사이 30분이 지체 되었다, 그 바람에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그냥 출발했다
우체국 갔다가 출발하니 12시다, 충주를 지날 때쯤 되니 배가 고프다,
애초기로 풀 깍는 작업이 힘들기 때문에 배고프면 일 못한다고 하니 충주 휴계소에서 점심 먹고 가자고한다,
그렇게 고속도로 서안산 IC로 나오니 2시 30분이다,
예상시간보다 빠르게 와서 조금 안심 되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다,
아내에게 시간 여유 있으니 계 득헌목사님 산소와 장인 산소 위에 있는 박재준 목사 부모님 산소도 벌초 해주자고 했다, 아내도 좋아한다,
속으로 내가 벌초 해놓으면 박 목사님이나 계 목사님 자제가 왔다가 보고 깜짝 놀라겠지?
나는 절대 모른척해야지!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피어오르며 힘이 솟는다,
그런 생각 하면서 가는데 문제가 생겼다,
엉뚱하게 차가 시흥시내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사이 그 근처에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새로 길이 생기고 확장 되면서 너무 많이 변해 진입로를 잃어버렸다 ,
참으로 난감 했다 우선 주소가 없었다, 아니 주소를 모른다,
동사무소에 가서 물으니 달미를 모른다고 없다고 한다,
달미는 주소지가 아니고 동네사람들이 불러오던 옛 이름이기 때문이다
허긴 우리 문경집도 삼박골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읍사무소 직원은 삼박골을 모른다,
동사무소 직원이 달미가 없다고 해서 따질 이유가 없다, 가르쳐줄 의무도 없다
설명하고 설득할 시간이 없다,
난감한 상황에서 부동산 소개소에 가서 지도를 보니 어딘지 위치가 보인다,
진작 부동산에 올걸,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장을 목포로 하고 출발하다보니 면허시험장 가기 전에 고가 고속도로가 보이고 그 고가 아래 주소 없이도 찾아갈 수 있는 바로 달미 교회묘지 가 있었다,
차에서 내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애초기에 시동 걸어 짊어지고 산을 오른다,
너무 우거져 걷기도 힘들다, 조금 가니 누가 왔다 갔는지 수풀을 헤치고 길을 낸 흔적이 있어 그 길을 따라가니 걷기가 훨씬 쉬웠다 다른 사람의 수고가 또 다른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니 고마왔다,
계 목사님 묘에 가보니 벌써 왔다 간 흔적이 역력했다,
벌초를 이미 해 놨기 때문에 나는 수고를 덜었지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의 생각이 아무리 좋아도 또 어떤 계획이나 일도 하나님이 허락지 않으시면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감사기도 하면서도 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계 목사님 묘를 한바퀴 돌아보고 별로 손 볼 것 없어 다시 산을 오른다,
그런데 계속 수풀을 헤치고 산을 오른 흔적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니 박재준 목사부모님 묘까지 이어져 있었다, .
그 묘도 이미 벌초 완료 상태였다,
아!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분들의 산소가 한결같이 벌초가 이미 끝났단 말인가?
내 수고를 모두 덜어주어 고맙긴 했지만 어쩐지 마음 한켠이 서운하다,
철저히 내생각과 계획이 무산된 이유를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장인 산소에 가보니 너무 무성하여 앞이 안보일 지경이였다, 벌초를 시작했다,
애초기 끈을 두 번 갈아 끼우고서야 벌초가 끝났다,
기계로 하는 벌초가 확실히 빠르다,
온몸이 땀과 풀 찌꺼기로 범벅이다,
너무 힘들다,
벌렁 들어 누워 하늘을 보니 청명한 하늘에서 새털구름이 산들 바람 타고 내려와
내 얼굴을 감싸고 부드럽게 어루 만져준다,
평화 평화로다 하늘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내 영혼을 덮으소서,
내영혼의 그윽히 깊은데서 맑은 가락이 울려나네
하늘 곡조가 언제나 흘러나와 내 영혼을 고이싸네,
너무 맛있는 찬송이 입맞춤하며 입속을 맴돈다,
환희, 평안, 행복, 기쁨, 감사, 이 모든 것 들이 앞 다투어 나에게 달려든다,
나에겐 너무 과분해,
벌떡 일어나 도망치려하니 이번엔 아내가 가로막고 물티슈로 얼굴을 닦아준다,
눈물이 고인다,
아내의 손길을 억지로 외면하다 문득 약속이 생각난다,
벌써 다섯시, 약속시간 1시간 남았다,
부랴부랴 하산한다,
차에 도착하여 옷을 갈아입으려니 양말도 팬티까지 흠뻑 젖었는데
가지고 온 것 중 양말과 팬티는 없었다,
부득불 양복바지 아닌 면바지만 그냥 입었다,
빨리 도착하면 가까운 목욕탕 가던지 아니면 사택에서 샤워라도 해야지,
나는 모르지만 분명 땀 냄새가 진동 할텐데,
운전대를 잡으니 순적하게 달린다,
내비에서 도착까지 15k 남았다고 알린다,
도착 예정 시간도 15분이란다,
이 상태로만 간다면 5시 50분에서 55분에 도착하겠지,
2분 안에 샤워 하고 2분이면 옷 갈아입고 빠르면 5-6분 남는다,
이런 생각 끝나자마자 차가 밀린다,
시간이 늦어질까? 염려된다,
어쩌면 내생각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까?
부 노회장님 전화가 왔다 어디쯤 오고 있느냐고?
언제쯤 도착할 것 같냐고?
결국 30분 늦었다
옷 갈아 입을 시간도 샤워할 정신도 없다,
부리나케 들어가니 다행 한 것은 아직 세분이 도착치 않아 7명중 4번째가 되었다,
모두 깨끗한 옷차림인데 나는 양말도 안 신고 있었다,
어찌할바 몰라 난감 했으나 어쩔 도리가 없다
속속 모두 도착하였다, 노회장 기도로 그대로 회의 진행이다,
회의 마치니 8시가 넘었다,
부노회장 박철효 목사님 말씀이 오늘 새벽기도 마치고 달미 산소에 다녀오셨단다,
가서 목사님 조부모의 산소를 벌초 하고 오셨다고 한다,
잡초를 제거하며 길을 내면서 올라가셨다고 한다,
그랬었구나! 내 가는 길을 목사님이 먼저 열어놓으셨구나,
나보다 더 부지런하고 자기 할 일 결코 빼앗기지 않으시는구나!
나도 성묘하고 왔다고 했더니 박철효 목사님은 내 얼굴만 처다만 보고 아무 말씀이 없다, 약간 이상했다, 그러려니 했다,
저녁을 노회장 김사형 목사님이 대접한다고 한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향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왔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내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침 그때 아내가 화장실 가려고 나오다 노회장 목사님께 들켰다,
결국 목사님이 강권하여 식사자리에 같이 참석케 되었다,
아내 때문에 뒤쳐진 노회장 목사님이 나와 함께 식당으로 가는 도중 나에게 조용히 한마디 던진다,
장로님 땀 흘리고 수고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존경스럽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씀인가?
다른 목사님 같으면
장로님! 아무리 바빠도 회의 참석하는데 깨끗한 옷차림으로 예의를 갖추고 오셔야죠!
할 텐데 아름답고 존경스럽다니?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땀냄새가 많이 났던것 같다,
그런데 역거워 하지 않고 아름답다고 하시다니,,,
추 한 것도 좋은 마음으로 보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또, 내 모습에 내가 당황해 할까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노회장 목사님의 사려깊은 마음이 아름다운 씀씀이가 되어 나에게도 베풀어 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분을 노회장으로 모신 임원들은 큰 행복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감사 할 뿐 이다,
운전하여 안산을 경유하여 문경에오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내가 나를 생각해도 신기 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움직이고 애초기를 메고 산에 올라 벌초하고 땀이 온몸을 뒤덮어 양말을 짤 정도로 흘렸으면 온몸이 노곤하여 피곤에 지쳐 쓰러질 만한데 기운이 펄펄 난다,
비결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매일 빈속에 냉수 한잔마시고 사과 두알 먹는것 때문은 아닐까?
옛 부터 아침사과는 금사과라고 한다,
우리사과 맛본 어떤 분이 이 사과는 맛이 심오하다고 했다,
심오한 사과라는 이름이 어떨까?
심오한 사과!
남자들 중에 나의 사랑하는 자는 수풀가운데 사과나무 같구나,
내가 그 그늘에 앉아서 심히 기뻐하였고 그 실과는 내입에 달았구나(아2:3)
그런데 갑자기 박철효 목사님 모습이 떠오르며 내가 말한 성묘라는 말과 함께 벌초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사전에는
성묘: 조상의 산소에 가서 인사하고 산소를 살피는 일
벌초: 무덤의 풀을 베어서 깨끗하게 하는 일,
나는 얼마나 많이 아는 척하고 유식한척 하였던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무식이 발전한 말만 발설하고 다녔던가?
목사님의 침묵은 가르침 이였다,
내 무식의 발전을 사람 앞에서 내색 하지 않고 스스로 깨닫도록 하신 지혜야 말로 참 목회자의 표상이라 생각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오늘에서야 나는 성묘와 벌초를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목사님! 스스로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