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마당이 좀 넓으면 그나마 눈을 쓸어 한쪽에 모아두면 되겠지만 워낙 협소한 공간이라 주차를 위해서는 눈을 모조리 퍼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하기에 무척 힘든 작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월이 되어 이제는 눈 쓸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입춘을 끼고 엄청난 량의 눈이 하루걸러 두 차례 쏟아졌다.
월요일 새벽 예배당으로 가보니 고맙게도 누군가가 밤에 눈을 치우고 간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워낙 눈이 많이 내린지라 남은 눈을 치우는 데도 두 시간 이상 걸렸다. 새벽 예배 전에 일단 눈을 한쪽으로 몰아두었고 예배 후에 그 눈을 집사람과 함께 대야에 담아 예배당 뒤편에 옮기는 작업을 계속했다. 다행히 그날은 따뜻해 그 많은 눈도 모두 녹아내려 걱정을 덜었다. 그런데 또 다시 눈이 내렸다. 밤에는 비였는데 새벽에 눈으로 변한 것이다. 얼마 안 되는 량이었지만 습기를 한껏 머금고 있어 치우는데 힘이 들었다.
좁은 공간에 세워둔 차들을 비집고 눈을 말끔히 치워두지만 차주들은 그 수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떠날 때면 제 차에 덮인 눈을 그 자리에다 털어내고 쓸기 힘들게 짓밟아놓고 내빼버린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둬야겠지만 오늘 아침 때마침 차에 덮인 눈을 털어내고 떠나려는 차주를 만나 쓴 소리를 하고 말았다.
이른 아침부터 안 좋은 소리를 들은 차주가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긴 했지만 화를 참지 못하고 내뱉은 말 때문에 신경이 쓰여 내 맘도 평안치 못했다.
그런데 열시 경에 낯선 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침에 쓴 소리를 듣고 황급히 떠난 차주였다. 아마도 이전에 차를 빼달라고 전화한 것이 메모리가 되어 전화번호를 알았던 것 같다.
자기의 생각이 짧아 그렇게 했다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니 내 편에서 오히려 더 미안해져 나도 아침부터 화를 낸 것을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차주의 입장에 한 번 서본다. 주차할 곳이 없어 예배당 마당에 차를 세웠다. 아침에 서둘러 출근하려고 나왔는데 눈이 차를 덮고 있다. 급하게 눈을 털고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하는데 목사라는 이가 와서 쓴 소리를 한다. 기분 엄청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