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노트]라는 영화를 시청했다. 스나다 마미 감독이 자신의 부친 스나다 도모아키가 간암 선고를 받은 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노트에 기록하고 그것을 실천해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엮은 작품이다.
스나다 도모아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한 직장에서 약 사십년간 근무하다가 정년퇴직을 했다. 퇴직 후 제 2의 인생을 아름답게 보내기를 희망했지만 뜻밖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망연자실하지 않고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하고 싶은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하나하나 실천해 나간다.
도모아키가 엔딩노트에 남겼던 글을 나열해 본다.
1. 神父を訪ねる。(신앙생활 시작하기)
2. 気合いを入れて孫と遊ぶ。(힘 다해 손주와 놀아주기)
3. 自民党以外に投票してみる。(야당에 표 찍어주기)
4. 葬式をシミュレーション。(장례식 시뮬레이션)
5. あわび、母。 (굴 요리, 96세인 모친과 더불어 가족 여행)
6. 式場の下見をする。(장례식장 답사하기)
7. もう一度孫と会い。(미국에 사는 손주들 한 번 더 보기)
8. 孫に挨拶、 母に電話、 親友と談笑、 息子に引き継ぎ。
(작별 인사하기, 아들에게 인계하기)
9. 洗礼を受ける。(세례 받기)
10. 妻に（初めて）愛してると言う。(아내에게 사랑 고백하기)
죽음을 생의 한 부분으로 숙연히 받아들이고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주변을 깔끔히 정리하며 못 다한 일들을 해 나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리고 가장의 투병 생활을 지켜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끈끈한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침착하게 임종을 준비해 나가는 가족의 모습 또한 감동적이었다.
그의 장례는 유언대로 단출하게 진행되었다.
이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면서 떠날 수 있다면 축복이 아니겠는가! 특히 천국에 대한 소망이 확실한 자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