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차량운행을 처음으로 하게 된 긴장된 첫날, 아침부터 장대비가 내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만나기로 한 여 교사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애타기 시작하다 길도 모르는 그에 대해 화가 나기 시작했다. 차량운행 시간이 지연되면, 아이들을 태운 채 과속을 해야 하는 위험 부담도 있고, 교사는 어린이집 원감과 학부모들에게 계속 연락을 해야 하는 곤란한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화를 참아가며 전화로 마침내 그를 만났다. 그는 비에 흠뻑 젖었고, 운행 시간은 이미 20분 정도나 늦었다.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이 약간 짜증 난 모습으로 들어오는 그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싶었지만 꾹 참고 낮은 목소리로 “옷이 많이 젖었네요” 라고 했다.
“괜찮아요, 늦었어요 빨리 가세요” 그는 화를 삼키며 말 하는 듯했다. 미안해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을 보며, 더 화가 치밀었지만 한 번 더 참고 오전 운행을 마쳤다.
시간이 지나, 다른 교사와 함께 하원하는 아이들을 데려다 주면서 내 가슴은 철렁했다. 오전에 교사와 만나기로 한 장소가 내가 기다리던 장소가 아니었고, 그가 기다리던 장소였던 것이다. 그가 장대비를 뚫고, 엉뚱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이 일을 어쩌나...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 때문에 옷이 다 젖고, 시간도 지연되고, 학부모에게 죄송하다고 했던 것들이... 그의 얼굴을 어떻게 보나... 운행을 마치고, 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모습으로 “괜찮아요” 라고 말했다.
만약 차에서 그에게 화를 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의 참음에 감사하고, 잘못되었지만 나의 참음도 관계를 깨뜨리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듯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