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부터 여러 차례 의논한 후 쌍곡계곡으로 가기로 결정되었기에 주보에 광고까지 냈는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장소는 급작스럽게 문경에 있는 용추계곡으로 변경되었다(이런 게 정말 싫다).
한두차례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장년부장의 인도를 받아 용추계곡을 찾아가서 먼저 예배한 후 식당에서 오리탕을 맛있게 (오리 대신 닭을 드신 분도 있음) 먹고 나서 김도석장로님의 안내를 받으며 계곡 윗쪽에 있는 바위로 갔다.
맑은 시내에 텀벙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가랑비도 조금씩 내리는데다 많은 사람들의 눈도 있기에 그저 발만 담그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내려오던 길에 갑자기 김도석 장로님이 움펑진 소로 뛰어들겠다면서 가지고 있던 카메라, 핸드폰, 지갑 등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씩 맡기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위험하다고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쏜살같이 첨벙 뛰어내리고 말았다.
위험천만한 일을 했다고 주변에서 한마디씩 내 뱉았지만 당사자는 천진난만한 소년같이 즐거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이빙으로 인해 고가의 안경(다초점)을 분실하고 말았다.
몸의 일부처럼 익숙해 안경을 낀채 뛰어 내렸는데 그 순간 안경이 벗겨져 빠뜨리고 만 것이다.
아주 값비싼 목욕을 한 격이었다.
모두 내려와 문경에 있는 온천으로 가고 몇몇 분은 장로님 댁으로 가서 사과를 따 먹고 옥수수를 꺾어 삶는 작업을 했다.
장로님의 기쁨농장에서 자라는 것은 먼저 가져가는 자가 임자인지 애써 지은 농산물을 아낌없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퍼주려고만 하니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는 진리를 실천적으로 누리는 행복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은 가까운 식당에서 묵으로 만든 건강식으로 해결하고 조금 전에 삶아 둔 옥수수를 담은 비닐봉지를 한아름씩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경으로 이사간 장로님 덕분에 우리도 문경 전 지역을 누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기쁨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그 적극성을 누가 말리겠는가!
길이 밀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우들을 서울까지 차로 배웅하고 또 다시 문경으로 향하는 장로님 내외분.
그 고달파 보이는 여로가 그들에게 마냥 행복이니 그 헌신에 부끄러움을 느낄 뿐이요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