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인터넷을 통해 십자매를 입양했다.
성질이 온순해서 열마리를 한 새장에 두고 키워도 싸우지 않는다고 해서 십자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값싸고 튼튼해서 잘 죽지 않기에 초보자들이 키우기에 적합한 새라고 해서 입양을 한 것이다.
십자매는 어릴 때는 전문가라도 암수를 구분하기 어렵기에 분양해 줄 때 새장과 함께 세 마리를 한 셋트로 해서 보내 주었다.
두 셋트를 주문해서 한 세트는 산천동에 선물했다.
그 후로 새에 관련된 홈페이지에 자주 드나들며 새 키우는 상식을 배우다보니 그것도 하나의 취미가 되어 버렸다.
한참 재미들여 새를 키우던 중 어느 날 새장을 청소하다 잠깐 열어놓은 문틈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가 버리고 두마리만 남았다.
홈페이지를 통해 배운 사실은 관상조는 스스로 먹이를 구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새장을 떠나면 결국 죽고 만다는 것이었다.
잃은 것이 아쉬웠고 살수 없다니 안타까웠다.
그래도 남은 두마리는 잘 자라 주었다.
점점 자라면서 두 마리는 암컷의 성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숫컷이 없어 알을 낳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수컷을 사오려고 동대문에 나갔다가 금화조를 보게 되었다.
금화조는 십자매와 달리 빛깔이 화려해 눈길이 끌리는 새였다.
금화조 숫컷과 십자매 암컷을 교배하면 금십조를 낳게 된다는 글을 본 일이 있었기에 욕심을 내어 십자매 숫컷 대신 금화조 숫컷을 사 왔다.
금화조를 새장안에 들여놓는 순간 새장은 온통 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텃세라도 부리듯이 그렇게 온순하다던 십자매들이 금화조를 향해 날카로운 부리로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그날 결국 금화조는 십자매에게 꽁지를 뜯겨 정말 볼품없는 꽁지빠진 새가 되고 말았다.
그 금화조를 바라보면서 꽁지빠진 새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수 있었다.
며칠 간 십자매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금화조는 숫컷의 끈기를 가지고 계속해서 구애작전을 펼치더니 언젠가부터 서로 사이좋게 지내며 함께 둥지 안에서 지냈다.
새장에 평화가 깃든지 얼마되지 않아 경사가 났다.
십자매 두마리와 금화조가 합세하여 둥지 안에 깃풀들을 물어 나르는 이상한 행동을 하더니 드디어 알을 하나 낳은 것이다.
이튿날에 둥지 속을 들여다 보니 세개 그 다음날에는 다섯개 이렇게 매일 둘씩 늘어났다.
두 마리의 십자매가 한꺼번에 알을 낳는 것이 분명했다.
이제 귀한 금십조를 보게 되겠구나 기대하면서 부화될 날만을 기다렸지만 그것은 헛된 꿈이었다.
세마리의 새들이 번갈아가며 알을 품었지만 그것은 모두 무정란이었다.
무정란이라는 사실을 알고 과감하게 알을 꺼내 버렸더니 이십일쯤 지나 다시 알을 낳았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무정란이었다.
비록 금화조와 십자매가 사이좋게 지내고는 있었지만 짝짓기를 하지 못했는지 유정란을 낳지 못한 것이다.
산천동 식구에게 알을 낳았느냐고 물으니 알을 낳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곳에 있는 새들은 모두 수컷으로 추정해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같이 분양받은 새인데 여기 새들이 두번씩이나 알을 낳았는데 그곳에서는 한번도 낳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 있는 새 한마리와 산청동에 있는 새 한마리와 교환하기로 했다.
우리 집 새는 오랫동안 알을 품고 있었던 터라 수척한 상태였지만 그집도 암컷을 은근히 기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교환해 왔다.
물론 일방적으로 교환해 왔으니 수척한 새를 받아든 그쪽 기분은 어떠했을지 모를 일이다. 교환해 오는 일은 집사람이 맡았으니 기분이 내키지 않아도 내 주었을 것이다.
아무튼 암수의 교환은 그렇게 순조로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산천동에서 바꿔온 새를 새장에 들여놓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금화조가 크게 발동하는 것이었다.
날카로운 부리로 새로 가입한 숫컷을 죽일듯이 쫓아다니며 괴롭혔다.
그 난폭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기에 제 삼자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장의 평화를 위해 일단 금화조를 딴 곳에 가두어 두기로 했다. 새장도 없어 구멍이 뚫린 바구니를 임시거처로 정해주었다.
금화조는 그 때 정해준 임시거처에 갇혀 지금까지 독수공방하며 곁에 있는 십자매 부부의 사랑놀이를 지켜보며 구슬프게 울부짖고 있다.
주변에서 짝지워 주라고 권하는 이들도 많지만 새장 늘어나는 것이 두려워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금화조를 가둔 다음날부터 곧바로 숫컷의 구애작전이 시작되었다.
수컷의 노래소리가 예사롭지 않더니 얼마 후에 짝짓기가 이루어졌고 곧 알을 낳았다.
세번째 낳는 알이었는데 금번에는 네개를 낳았다.
그동안 배운 상식으로 며칠이 지난 후에 알을 검사하니 하나는 무정란이고 두개는 정상적인 유정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유정란이긴 하지만 조금 문제가 있어 보였다.
무정란은 내버리고 유정란 세개만 둥지에 그대로 두고 기다리니 기한이 차서 벌거숭이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왔다.
생각했던 대로 알 하나는 썩어버렸고 두 마리만 태어났다.
참으로 신비로운 생명의 출생이었다.
창조주 하나님의 놀라우신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새끼를 얻은 암수 십자매는 분주하게 먹이를 날라다 주었다.
부리로 곡식을 꼭꼭 씹어 부드럽게 만든 후에 새끼들에게 먹여주는 것이었다.
새끼들은 어미새가 가까이 다가오면 입을 벌리며 먹을 것을 달라고 짹짹거리는데 자랄수록 그 소리가 커지고 있다.
벌거숭이던 새끼들이 어느새 등치가 어미새만큼 커져 언뜻보면 구분하지 못할 만큼 되었는데도 어미새 부부는 여전히 새끼들을 먹이느라 쉴새없이 먹이통과 둥지 사이를 오가고 있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환난을 감당치 못하여 하나님께 불평을 늘어놓는 욥에게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그에게 그 어떤 말씀을 하시지 않고 다만 생명을 가진 것들의 탄생과 이 땅에서 적응해 살아가는 과정을 말씀하실 때 욥은 창조주 하나님을 향해 불평을 늘어놓았던 어리석은 죄를 회개했다.
예레미야는 공중에 나는 새들의 본능적으로 때를 따라 이동하는 것을 예로 들면서 하나님께로 회귀하라고 권하였다.
예수님도 공중의 새를 보며 하나님의 돌보심을 확신하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생명 있는 것들을 가까이 할 때 하나님을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사실 새를 키우다보니 귀찮은 일도 많다.
새들은 날아다니기 쉽도록 먹이도 짐이 되지 않게 곧은 창자를 주셨기에 쉴새없이 배설물을 쏟아내니 처리하기가 귀찮고 더구나 겨울이 오니 마땅히 둘 곳이 없어 방 한켠에 놓아 두니 손님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 는 잠언의 말씀대로 조금 귀찮지만 생명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기에 이 작은 새들의 생명이 다하기까지 키워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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