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유토론장에 올린 글입니다.)
우리는 일제 36년의 통치하에서 식민지 생활을 했던 뼈아픈 역사가 있다.
당시 사회 전반의 지도자들이 현실과 타협하여 친일행각을 일삼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기독교의 지도자들이 성경(십계명)에서 금하는 신사참배를 애국적 국가의식이라고 미화하면서 신사참배에 솔선수행하며 황국신민으로 충성을 다하겠다고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목사 중에 성삼위 하나님의 이름으로 받은 세례를 취소하고 천조대신의 이름으로 "미소기바라이"라는 종교의식(침례)를 받기까지한 자도 있다.
이들은 신사참배를 반대하고 교회 출석을 거부했던 그리스도인들을 일본 순사계에 고발까지 했다.
해방 후에도 출옥성도(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투옥되었다가 해방 후 출옥한 자들)들이 그들의 죄를 회개할 것을 외쳤지만 그들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신앙 재건운동을 일으키는 자들을 이단으로 매도하였다.
지금 사회 전반에서 과거 친일 청산운동이 일어나는 이 때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부끄러운 과거의 범죄사 내지 친일행각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신앙재건 운동을 일으켰던 교회를 이단으로 매도했던 일을 철저히 회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방 59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정치계에서 친일 행적을 들추어내려는 순수한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해방 후 국내에 남아있던 사회의 엘리트 그룹 대다수가 친일파였을 것이다.
친일파가 아니라면 어떻게 국내에서 교육다운 교육을 받았겠는가!
그들은 해방 후에도 기득권을 가지고 자녀들 교육에 힘썼기에 사회 전반에 친일파 자손들이 득세하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에 와서 친일파를 색출한다면 기득권 층에 자유로운 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그들의 역사 중 가장 훌륭한 왕을 말하라면 아마 다윗왕을 첫번째로 손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윗의 과거사를 한번 들여다 보라.
사울왕에게 쫓겨다닐 때 위험 부담을 적게 하려고 이스라엘의 적대국가인 블레셋지역으로 망명을 가서 블레셋왕 아기스와 우호를 다지고 블레셋이 이스라엘을 치려갈 때 함께 싸우러 가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비록 다윗의 마음에 이스라엘을 향한 애국심이 있었지만 그런 식으로 몸을 낮춘 경우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윗의 과거사를 문제삼아 그를 폄훼하는 자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모두 그를 영웅시 하지 않는가!
이제와서 과거 들추기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당리당략을 좇아 서로 상대방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세계 사람들에게 수치스러움을 보이지 말자.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면서 과거 지도자들의 잘한 부분들을 미화시키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깎아내려 자라나는 젊은이나 어린이들에게 무슨 희망을 안겨주려는가?
친일했던 자들이 있다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고백해야 하겠지만 59년이 지난 지금 과거사를 들추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려 하지 말자.
친일 행각을 비난하는 우리들이 과연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한번 생각해보고 쉽게 비난하지 말고 오히려 그런 불행한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합심해야 할 것이다.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 뿐이다.
무엇보다 이 나라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한국교회의 대각성과 회개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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