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자키 도요코가 쓴 소설 하얀거탑이 2003년에 후지텔레비 창사 45주년 기념으로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를 접할 기회를 얻어 보았는데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내용이었다.
배경음악 amazing grace,how sweet the sound(나같은 죄인 살리신 405장)을 들으면서 한편의 기독교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출세 지향적인 자이젠 고로(나니와 국립대학의 외과 조교수)와 출세에는 관심이 없이 오직 의술에만 전념하는 외골수 사토미 슈지(대학 동기, 같은 대학의 내과 조교수)와의 갈등과 대립 구조로 이어지는 드라마다.
전반부에는 자이젠이 교수의 직위를 획득하기 위해 많은 비리를 저지르는 정치적인 스토리이고. 후반부는 자이젠 교수의 부주의로 인해 생긴 의료사고에 대한 법정 투쟁 스토리라 할 수 있다.
자이젠은 천재적인 의술로 명성을 얻게 되지만 자이젠의 인성을 잘 아는 아즈마 교수의 경계로 교수가 되는 길이 순탄치 않게 되자 내과 교수인 우카이에게 뇌물을 주어 자기 편이 되게 한다.
막강한 재력이 있는 장인의 도움으로 주변의 힘있는 자들에게 많은 뇌물을 바쳐 결국은 교수의 직위에 오르게 된다.
한편 사토미는 교수직에는 관심없고 오로지 연구에만 매진하는 이상적 의사다. 한 환자를 검진하는 과정에서 우카이 교수가 발견하지 못한 이상 징후를 지적하다가 우카이 교수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만다.
그뿐 아니라 말기암 환자를 퇴원시키려는 우카이교수와 그들을 맡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토미의 주장은 대립될 수 밖에 없었다.
(말기암 환자와의 대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 여기에 옮겨 적어본다.
사토미를 보조하는 의사가 환자를 향해 "힘내세요" 라고 격려하자 말기암환자는 아무런 가망도 없는데 무슨 힘을 내야 하느냐고 격한 감정이 되어 소리친다. 그때 사토미는 이렇게 말한다. "힘내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살아주세요!")
자이젠은 환자의 수술이나 진료를 모두 정략적으로 이용하는데 급기야 자신이 교수가 되는 것을 방해했던 아즈마교수가 퇴임하던 날 의도적으로 수술을 감행하여 아즈마교수의 퇴임일을 초라하게 만들어 버린다.
당일에 수술대상은 식도암 환자 사사키인데 그의 아내가 사토미의 강연에 감명을 받고 그와 상담하여 수술하기로 결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이젠 교수가 환자들에게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것을 인지한 사사키와 그 아내는 자이젠에게 수술 받는 것을 꺼리지만 사토미는 자이젠의 실력을 믿고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유하게 된다.
사사키의 수술 일정은 아즈마 교수의 퇴임일에 맞추어 진행되는데 검진 과정 중 야나기하라는 사사키의 폐에 이상징후가 있음을 알리지만 자이젠은 무시해 버리고 수술을 감행한다.
수술 후에도 호전되지 않는 사사키의 병세를 걱정하여 야나기하라가 자이젠을 찾아가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고 야나기하라를 호되게 꾸짖고 무시한채 강연을 하러 미국으로 건너간다.
사사키의 병세는 더욱 심각해지고 그 사실을 알게된 사토미가 자이젠에게 메일을 보내지만 자이젠은 무시해 버린다.
사토미는 사사키의 치료에 관여하기를 원하지만 내과 의사라는 이유로 외과 병동에서 내침을 당하고 결국 사사키는 죽고 만다.
사사키의 아내와 아들은 의료사고임을 인지하고 소송을 제기하지만 의료계를 뇌물로 장악한 자이젠을 당해내지 못하고 패소하고 만다.
야나기하라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현실 때문에 자이젠을 위해 거짓 증언을 한다. 그러나 사토미는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친구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에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지만 그일로 인해 그는 대학에서 외면당하고 퇴직하고 만다.
다행히 그를 신뢰한 오오코쿠치 교수의 추천으로 민간 병원에 취직하여 계속 의술을 펼친다.
패소한 세키쿠치 변호사는 의료계의 비리를 잘 알고 있기에 낙담하지 않고 상소하는데 자이젠측의 권모술수는 계속되고 열세에 몰리게 되지만 최후 진술 자리에서 방청하던 야나기하라는 양심의 충동을 억제할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자이젠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소리치게 된다.
그렇지만 법정 소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야나기하라의 증거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동안 침묵하던 카메야마 간호사의 진술로 진실이 드러나고 결국 원고인 사사키가 승소하게 된다.
하지만 자이젠은 그 자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쓰러지는데 검진 결과 식도암임이 밝혀지고 결국 자신의 몸을 아즈마 교수에게 맡기게 된다.
개복 결과 암이 전신에 퍼진 상태라 수술하기에는 너무 늦어 손을 쓰지 못하고 만다.
자이젠에게 모든 사실을 숨기지만 자이젠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사토미를 찾아가 정밀 진단을 요구한다.
사토미는 자이젠이 수술을 잘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가 정밀 검진 후 놀라지만 사토미는 자이젠에게 석달 정도 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자이젠도 현실을 인정한다.
임종을 앞둔 자이젠 앞에 우카이교수가 다가오지만 자이젠은 냉정하게 외면하고 사토미를 부른다.
두 사람만 남은 자리에서 자이젠은 암 퇴치에 힘을 합하자고 했던 옛 일을 회상하면서 임종한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 또한 그 얻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몸부림 치는 자이젠,
사토미를 이겼다고 소리치면서도 사토미를 두려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왜일까?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손해를 볼지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자기의 본분만을 감당해 나가는 사토미의 삶을 닮고 싶다.
그동안 나는 부질없는 일을 위해 자이젠처럼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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