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차옥자 집사님 ( http://www.amenlordjesus.com/) 미주 사랑방 에 쓰신 글을 옮겨왔습니다
에베소서 4장 26절
아이들이 어렸을 적 일이다.
한 번은 밖에서 집에 전화를 걸어 작은 아들에게 저녁 밥 할 쌀을 씻어서 믈에 담가놓으라고 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어떻게 씻냐고 하길래 손으로 비비고 물을 몇 번 바꾸면서 맑은 물이 날 때까지 씻으면 된다고 했다.
한참 후에 다른 일 때문에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아들이 전화 받으면서 하는 말이 “엄마 아직도 물이 깨끗하게 안 돼.
” 무슨 물? 아니 아직까지 쌀을 씻고 있었단 말이야? 어림잡아 한 시간도 훨씬 더 넘은 것 같았는데 그만 하고 물에 담그어 놓으라고 했다.
집에 들어가서 쌀 담가놓은 물을 보니 얼마나 오래 씻어댔는지 내 생애 그렇게 깨끗한 쌀물은 처음 보았다.
맑은 물이란 말 한 마디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다.
가끔 융통성도 없고 단순한 미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놀랄 때가 있다. 들은 대로이다.
또 그것을 우리 아이들을 통해서 보고 느낀다.
처음엔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참 많았는데 어느 새인지 나도 미국화가 되어가는지 단순함과 정확한 표현이 몸에 배었다.
잘 해 주었다고 편파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는 것도 없고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맘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바로 앞에서 깨닫게 해준다.
그런데 그 우회적인 표현을 깨닫지 못할 때가 문제이다.
친구가 경상도 아줌마와 함께 미국 레스토랑에 갔다.
식사 도중 걸려온 그분의 남편 전화를 억센 경상도 톤으로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계속 연결이 끊어져서 다시 전화하면서 점점 소리가 높아졌나보다.
식사 도중에 웨이터가 무엇 필요한 것이 없냐고 몇 번 물어왔다고 한다.
없다고 했는데 조금 있다가 또 오고 또 오고 하더니 나중엔 메니저가 와서 무엇 필요한 것이 없냐고 물어보았을 때에야 눈치를 채고는 식당을 나왔다고 한다.
목소리가 어땠을까 충분히 상상이 간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 주차장은 가장 좋은 자리가 장애자 자리로 되어있다.
아무리 주차할 곳이 없어도 장애자 자리에는 아무도 주차하지 않는다.
한번은 빽빽하게 들어선 동네 도서관 앞 주차장에서 차를 돌려서 나가기 위해서 잠시 장애자 자리 쪽으로 차를 뒤로 뺐다.
그 자리에 세운 것도 아니고 차 뒷꽁무니만 넣었다가 바로 뺐을 뿐인데 지나가다가 내 차를 보고 서서 노한 얼굴로 뭐라 야단치는 백인 할아버지를 겪어야 했던 적도 있다.
아니 그것도 안 돼? 차를 세운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가면 학교에서 부모들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한다.
시간이 자유로운 덕분에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일들을 꽤 많이 했다. 등교시간 학교 앞 교통정리부터 수업 보조 역할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학교에서 원하는 것은 다 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할 때 매번 꼭 물어보는 것이 있다.
일단 시작하면 학기 끝날 때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다짐이다.
중간에 빠지려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니 고맙다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시원찮을 판에 조건이 붙어?
그리고 일년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일한 후에 받는 것은 딱 한 마디이다. “Thank you Mrs. Jin.”
이왕 말할 거 좀 더 길게 해주던지 남들 앞에서 올려주기라도 해주면 누가 뭐
라나.
미국에서 자원봉사의 힘은 우리의 상상을 능가한다.
어릴 적부터 몸에 배어있고 또 그것으로 자신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미국을 떠받치는 힘이라 생각한다.
또 그런 습관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큰 도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은 도시만 벗어나면 집 하나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이다.
밤에 운전할 때 어떤 때는 내가 제대로 길을 따라가고 있나 할 정도로 앞뒤로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암흑 한가운데를 몇 시간씩 운전하고 갈 때도 있다.
친구 가족이 유타로 여행갔다가 그런 허허벌판 한복판에서 타이어가 터졌다.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난감해 있는데 한참 후에 차 한대가 지나가길래 세워서 가까운 도시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했는데 좌석에 짐이 가득 차서 사람 탈 자리가 없다고 그대로 지나갔다.
서운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 망연히 앉아있는데 몇 시간 후에 그 차가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자신의 짐을 어디엔가 다 내려놓고 그들을 태워주러 다시 온 것이다.
그 식구들이 감격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요즈음은 아이들과 성경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많다.
자기들이 읽고 깨달은 것들을 말해주고 또 실천하려고 하는 것들에 대해 서로 대화할 때 난 그 시간이 정말 좋다.
한 번은 작은 아들이 에베소서에 대해 말하면서 그날의 화를 저녁까지 가지고 가지 말고 다 없애라고 했다면서 매일 저녁 자기 전 그 말씀을 생각하면서 낮에 사람들에게 화가 났던 일들을 생각해본다고 한다.
그래 맞아. 성경에서 그러라고 했지.
“그런데 사람들 중에 가장 용서하기 힘든 사람이 누군지 아니?”
“누군데?”
“그건 바로 식구야.”
“왜?”
“다른 사람들은 안 만나면 되지만 식구는 그럴 수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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