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73
이름:차옥자 (cha-okja@hanmail.net)
2003/4/4(금) 07:22
재건교인
재건교인이 재건교인을 빗대어서 말한 우스개소리가 있다.
지나가다 누가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 뜻에 있으므로 사는 것이 하나님 뜻이면 내버려두어도 살아날 것이고 죽는 것이 하나님 뜻이면 무엇을 해도 결국은 죽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내버려둔다는 말이었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주여주여 한 자들에게 내가 도무지 너를 모르겠다고 하신 귀절이 자꾸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게 왜 내 뜻이니? 하는 목소리도 들리는 듯 싶다.
세상의 되어지는 일들이 다 주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짐을 우리가 믿고 기도로써 고백한다.
우리가 말씀을 묵상하고 주님의 뜻을 생각하는 것은 겸허한 마음과 삼가 조심스러움으로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입으로 나와서 남에게 들려지는 말은 자기 잘못에 대한 변명처럼 들릴 때가 많다.
나의 일하지 않음과 그에 대한 결과를 하나님 뜻으로 돌리는 것 같다.
그건 뜻이라고 하지 않고 탓이라고 해야 맞겠지.
우리 식구가 미국 와서 15년 동안 정들었던 교회를 떠났다.
그 동안 다른 교회를 다녀본 적도 없이 거기서 아이들이 컸고 나의 믿음이 성장했는지 아닌지는 주님만이 아실 터이지만 줄곧 신앙생활을 했던 곳이다.
떠난 그 날부터 남아있는 어느 누구에게서도 왜 안 나오냐는 전화 한 번 받은 적이 없다.
이것이 내가 15년간 알고 겪은 재건교회의 모습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는 이런 모습을 제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느덧 나도 그런 모습에 젖어있어서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소리지르며 통곡하고 싶다.
재건교회 초창기에는 신앙의 적이 확실히 보였고 갈라지는 것이 뚜렷한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내 안에서 분명하게 갈라야 하는 것이 있는데도 나와 다른 자가 신앙의 적이다.
내 안에 꽉 찬 정도를 넘어 남에게 드러날 정도로 죄악이 넘쳐 흐르는데도.
또 거기에는 빠지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란 말이 꼭 들어간다.
성경에 자기 팔을 자르고 자기 눈을 도려내라 했지 언제 남의 팔을 잘라내라고 했나?
최선(最善).
최대로 최고로 노력하는 것을 최선이라 한다.
선으로 최대한 노력하면 굳이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되든지 안되든지, 이루어지든지 안 이루어지든지, 지금이 내게 족한지 주님의 뜻을 겸손하게 받으면서.
우리가 어찌 눈꼽만한 말씀의 깨달음으로 이것이 주님의 뜻이다 함부로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사울도 주님의 귀한 사도로 쓰실 수 있는 주님이신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 시절에 있었으면 지금까지 받은 내 신앙으로서는 사도 바울을 인정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사울을 바울로 바꾸실 수 있으신 주님.
저도 바꾸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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