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족(洗足)
요한복음 13: 1-17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나누던 중 제자들 사이에 “누가 더 큰가”하는 문제로 분쟁이 일어났다(눅22:24).
그때 예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후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심으로 그들의 분쟁을 잠재우셨다.
지상 교회의 분쟁과 분립의 역사를 살펴보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내면에는 누가 크냐는 교권다툼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선생이시며 주가 되시는 예수께서 제자들의 더러운 발을 씻어주신 세족 사건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해 보자.
1. 때를 아는 자의 처신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1)
예수는 인류의 죄를 대속하는 제물이 되기 위해 십자가를 지시려 예루살렘에 올라오셨다.
제자들에게 이 사실을 여러 차례 알려주셨지만 영안이 어두운 제자들은 깨닫지를 못하고 열렬히 환영하는 군중을 보면서 들떠 예수께서 나라를 세우실 때 그의 오른편과 왼편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놓고 서로 다투었던 것이다.
한편 가룟 유다는 종교지도자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계략을 꾸미는 것을 알고 자기 실속을 챙기기 위해 예수를 팔 궁리를 하였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자들은 어리석은 제자들처럼 권력과 물질을 탐하며 서로 물고 찢는 일을 일삼지만 이생의 유한함과 내생의 영원함을 깨달은 자들은 그 모든 일을 초연할 수 있다.
예수는 얼마남지 않은 시간에 자기의 제자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우리 인생의 남은 날은 얼마나 될까? 부질없는 일로 분쟁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기를 힘쓰자.
2.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예수
유대인들은 외출하고 돌아오면 손과 발을 씻는 관습이 있다. 특히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종들이 먼지투성이의 길을 걸어오느라 더럽혀진 손님의 발을 씻겨드리곤 했다.
예수와 제자들이 함께 식사를 했지만 서로 자기들이 크다고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무도 상대방의 발을 심지어 예수의 발조차 씻겨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수께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고 대아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려 했다.
민망해진 베드로가“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기시나이까...내 발을 절대로 씻기지 못하시리이다”라고 사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이요 주가 되시는 예수께서 열두 제자의 발을 모두 씻겨주셨다.
모두의 발을 씻겨 주신 후 옷을 입고 자리에 앉은 후 말씀하셨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14-15)
어머니가 자식의 진자리 마른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사랑 때문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사랑하셨기에 그 더러운 발도 마다하지 않고 씻길 수 있었다.
섬김에 익숙지 못한 제자들에게 겸손과 섬김을 가르치시기 위해 솔선수범하신 것이다.
예수는 절대적인 분이시기에 우리는 그를 추월할 수 없다. 절대적인 지위에 계신 예수께서 자원하여 섬김의 자리로 내려가셨음을 알고 우리도 섬김의 도를 따라야 할 것이다.
“종이 상전보다 크지 못하고 보냄을 받은 자가 보낸 자보다 크지 못하니 너희가 이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있으리라”(16-17)
3. 관계를 지속하려면 발을 내밀라
절대로 내 발을 씻기지 못할 것이라고 거절하는 베드로에게 예수는“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고 말씀하셨다(8)
예수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베드로는 그 말씀에 충격을 받아 “주여 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겨 주옵소서”라고 맡겼는데 예수는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 온 몸이 깨끗하니라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니라”라고 말씀하셨다(9-10)
세족에 또 다른 의미가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목욕은 거듭남을, 세족은 성결생활을 비유한다.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라고 하셨는데 이는 거듭나지 못한 가룟 유다를 가리킨다(11).
우리가 성령을 받음으로 거듭나, 죄를 회개하고 예수를 믿는 그리스도인이 되었더라도 육신을 벗어나기 전에는 지체 속에 있는 죄의 소욕으로 인해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
“내 속 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 아래로 나를 사로잡아 오는 것을 보는도다”(롬7:22-23)
이것은 발을 더럽히는 것과 같은 것인데 씻지 않으면 예수와의 관계가 끊어지고 만다.
발을 내밀기가 황송하고 부끄럽지만 예수께 맡겨야 정결함을 얻고 예수와의 관계도 지속된다.
베드로는 여러 번 실족했지만 예수께 그의 발을 내밀었기에 그 믿음을 지킬 수 있었다.
* 우리의 남은 생을 사랑하는 일로 채우기를 힘쓰자. 겸손한 자세로 서로 섬기자. 예수와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더럽혀진 발을 예수께 내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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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9.2/요한복음 13:18-30(발꿈치를 든 제자)
2007.8.19/요한복음 12:37-50(나-예수-를 믿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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