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과 무관심
요한복음 18: 28- 40
예수를 시기한 종교지도자들은 군중들의 눈을 피해, 한 밤중에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던 예수를 결박하여 신속하게 종교재판을 감행했다. 안나스에게 심문을 받은 예수는 곧바로 가야바에게 넘겨져 심문을 받았는데 불법으로 열린 공회(산헤드린) 앞에서 당당하게 하나님의 아들임을 주장하는 예수를 그들은 신성모독이라는 죄목으로 사형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로마에 사형권을 빼앗긴 공회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예수를 빌라도 총독에게 고소하게 된 것이다.
본문은 빌라도 총독이 예수를 1차로 심문한 후 무죄를 선고하는 내용이다.
1. 위선자들
[저희가 예수를 가야바에게서 관정으로 끌고 가니 새벽이라 저희는 더럽힘을 받지 아니하고 유월절 잔치를 먹고자 하여 관정에 들어가지 아니하더라](28)
군중들이 모여들기 전에 일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그들은 한밤중에 모여 형식적인 종교재판을 거친 후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총독에게 예수를 끌고갔다.
그런데 그들은 관정 안으로 들어가지를 않았다. 왜냐하면 그때가 유월절 기간이었기에 자신의 몸을 더럽히지 않기 위함이었다.
유월절은 출애굽을 기념하는 절기인데 이십세 이상의 성인은 반드시 유월절을 지켜야 했다. 정월 14일 저녁부터 21일 저녁까지 무교병을 먹는데 혹시 부정을 입어 절기에 참석할 수 없으면 한달이 지난 후 다시 유월절을 지켜야만 했다(민9:10-11).
유대인(바리새인)들은 선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방인을 세리나 창기처럼 생각하여 그들과 교제하는 것은 자신을 더럽히는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므로 성스러운 유월절 기간에 로마 총독의 관정에 들어간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아무런 죄가 없는 예수를 시기하여 죽이려는 악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도 종교적 의식에 집착하여 관정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것이 종교의 틀에 매인 형식 신자들의 모습이다.
예수는 이런 자들을 가리켜 외식하는 자들이라고 하셨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되 그 안에는 탐욕과 방탕으로 가득하게 하는도다](마23:25)
신앙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종교적인 틀에 사로잡히게 되고 위선자가 되기 쉽다.
2. 고소 내용
유대인들의 종교적 관습을 이해하는 총독 빌라도는 밖으로 나와 무슨 일로 예수를 고소하는지 물었다. 이에 그들은 예수가 행악자이기에 끌고 왔다고 대답했고 빌라도는 그렇다면 너희의 법대로 재판하라고 했다. 비록 이스라엘이 로마의 식민지였지만 산헤드린 공회의 자결권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는 사형권이 없으니 총독이 사형을 언도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들이 예수를 행악자이니 사형에 처하라고 했는데 그 행악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가?
그것은 예수가 자신을 유대인의 왕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었다(33-35).
예수를 종교적인 문제(신성모독)로 고소하면 사형 판결을 기대할 수 없기에 정치범으로 몰아 사형언도를 받아내려 했던 것이다.
나중에 빌라도가 예수를 풀어주려 하자 그들은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라고 위협했다(19:12).
기독교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정치범으로 몰려 희생된 사례가 있다. 일제 때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주의 종들도 마찬가지였다.
3. 일차 심문
빌라도는 관정 안팎을 드나들면서 예수를 심문했다.
고소장의 내용대로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고 심문했을 때 예수는 자신이 왕임을 시인하면서도 정치적이고 물리적인 왕국을 세우기 위한 반역자는 아님을 분명하게 밝히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기우지 않게 하였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36)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 내가 이를 위하여 났으며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곧 진리에 대하여 증거하려 함이로라 무릇 진리에 속한 자는 내 소리를 듣느니라](37)
빌라도는 예수가 정치범이 아님에 일단 안도하면서 비현실적인 몽상가를 대하듯이 [진리가 무엇이냐]고 비웃었다(38).
현실적 정권에만 관심이 있는 빌라도였기에 진리를 선포하는 예수의 말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일에는 관심을 쏟지만 진리의 말씀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예수의 말씀대로 진리에 속한 자는 진리되신 예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인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저희가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할까 염려하라](마7:6)
빌라도는 고소자들에게 예수의 무죄를 알리면서 유월절 명절에 마음을 열고 예수를 놓아줄 것을 권면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는 죽이고 강도 바라바는 놓아달라고 억지를 부렸다.
* 정결예법은 준수하면서도 마음의 악한 생각은 버리지 못한 유대인의 모습에서, 그리고 진리에 대해 무관심한 빌라도에게서 나를 발견하고 회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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