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이 버리려고 모아둔 더미에서 시디 플레이어를 발견했습니다.
저들이 사서 저들이 쓰다가 저들이 버리는데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물품 귀한줄 모르는 자녀들을 방관할 수 없어 충고 한 마디 했더니 고장이 났는데 고치는 값이 더드니 버리는게 낫다고 하더군요.
내가 사용해 보니 괜찮은것 같았는데 얘들 말로는 시디를 긁어 못쓰게 한다더군요.
버리기는 아깝고 내가 쓸말한 용도가 아니라 생각하다가 인터넷에 그냥드립니다 하고 글을 올렸습니다.
시디를 긁어 먹는다고 하니 고쳐서 쓰실 분은 가져 가십시오 라고 ...
제주도에서 택배로 붙여달라는 학생도 있었지만 쓸만한 물품인지 확인하고 가져가게 하려고 사양했습니다.
오늘, 필요로 하는 분이 있다기에 이수역에서 만났습니다.
시디 플레이어를 넘겨주었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봉지에 싼 무언가를 꺼내 주더군요.
받아드니 손 안 가득 따스한 기운이 감돌더군요.
따끈따끈한 쌍화탕 한병이었습니다.
내게 쓸모없는 물품이라도 필요로 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
감사의 표시로 내미는 쌍화탕 한병의 그 따끈따끈한 열기가 온 마음을 녹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추웠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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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03.12.01 - 1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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