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상 교회를 도저히 비울 형편이 아니지만 온 교우들의 사랑과 장로님들의 배려로 한달간 휴가를 갖게 되었습니다.
모처럼 얻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어디서 어떻게 보내야할까 여러모로 생각하다가 둘째 딸이 봉사하고 있는 파라과이로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항공권도 끊고 남미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책도 사고 인터넷도 뒤졌습니다.
그런데 항공권 티켓을 끊은지 이틀이 지나 집사람의 몸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평소에도 허약한 몸이었는데 무리를 했는지 허리가 아프고 게다가 발목까지 삐는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파라과이까지 가려면 비행기 안에서 며칠을 보내야 하는데 여행을 통해 쉼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병치레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집사람을 두고 혼자서 떠나자니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은 어쩌면 나보다 집사람일지 모르고, 게다가 딸이 기다리는 사람은 내가 아니고 집사람일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잔뜩 기대하고 기다릴 딸에게 미안한 마음에 통화를 했습니다.
딸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고 말하더군요.
사실 먼 남미까지 여행을 와도 대륙의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파라과이에서는 보여줄 게 없다는 겁니다.
유일한 관광거리는 이과수 폭포인데 지금은 너무 가물어서 돌밖에 볼 수 없는 심각한 상태라더군요.
먼 남미까지 와서 제대로 관광하려면 주변의 페루나 칠레 아르젠티나 등으로 다녀봐야 한다더군요.
그래서 파라과이 방문 계획은 접고 위약금을 물고 항공권을 취소했습니다.
그 대신 가까운 일본을 여행지로 변경했습니다.
여행지를 변경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여행객에게 부담이 없는 안전지대이기도 하고 어느정도 의사소통도 가능한 곳이요, 급작스러운 일이 생기면 빨리 되돌아올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교통비와 숙박비와 식비가 다른 여행지보다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 남미여행을 한다고 생각하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집사람과 함께 얼마간 여행하다 딸이 머물고 있는 나가사키에도 잠깐 들릴 예정이며, 홀로 지내실 모친으로 인해 교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집사람은 저보다 일찍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나는 남은 기간 일본 전열도를 철도로 여행해 볼 생각입니다.
사람이 계획을 세워도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기에 우리의 세운 일정이 어떻게 변경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여행일지를 올릴 예정입니다.
이번 여행이 저 개인의 견문을 넓히는 유익한 체험의 기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아울러 하나님의 택한 영혼에게 복음을 전하는 기회도 주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귀한 시간을 배려해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여러분들의 사랑의 빚에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여행 1일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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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만난 일본인 할아버지와 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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