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 낯선 할머니가 예배당에 나오셨다.
성경공부도 참석하고 낮예배도 참석하셨기에 애찬에도 참여하기를 권했다.
식사 후에 김도석 장로님이 모시고 와서 이 할머니가 집을 잘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할머니와 대화를 해 보니 집이 안동인데 한달 전쯤 큰 아들 댁으로 아주 오셨단다.
아들이 다섯이었는데 하나는 먼저 가고 네 명이 각기 가정을 꾸리고 산단다.
남편은 안동에서 교장선생님으로 봉직하시다가 가셨고, 살던 곳이 개발되어 큰 부자가 되었단다. 터의 한 부분은 주차장으로 사용하여 수입도 많단다.
자기 명의로 된 것은 없고 모두 큰 아들이 차지했다고 한다.
안동에 사는 세째 아들이 모든 재산을 큰 아들이 이어받았으니 큰 아들댁으로 가야 한다고 떠밀어서 서울에 오게 되었단다.
올라온지 얼마 안되기 때문에 집을 찾을 수 없다면서 아들댁 전화번호를 대 주신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국에 주소를 문의해도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경찰서에 알리려다가 혹시라도 아드님이 난처해질 것 같아 조금더 기다리기로 했다.
오후 예배를 마치고 저녁 식사까지 함께 하고 계속해서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는다.
아들의 이름을 묻고 인터넷으로 전화번호를 찍으니 이름과 함께 방배동까지 주소가 나온다.
이름과 전화번호가 확실하니 안심되어 조금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저녁 9시가 되어 전화를 하니 어떤 할머니가 전화를 받는다.
자신은 간병인인데 오늘 휴가를 얻어 갔다 왔는데 할머니가 안계셔서 걱정하는 중이란다.
아들과 며느리는 어디 있느냐 하니 지금 외출 중인데 들어오는 중이란다.
빨리 모셔가라고 했더니 잠시 후에 간병인 할머니가 찾아오셨다.
며느리는 어디 있느냐 물으니 아직 들어 오지 않았다고 한다. 며느리가 와야 보내드리겠다고 하니 곧바로 자가용에서 며느리가 내려 들어온다.
며느리왈, 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때문에 잃은 줄 알고 찾아다니다가 경찰서에 신고를 했단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혼자 두고 어디 가셨냐고 물으니, 어머니가 늘상 노인정에 다니시기 때문에 안심하고 등산갔단다.
간병인 할머니가 오늘 집에 안계시니 교회에다 슬쩍 떠맡기고 놀러간 것 아니냐고 했더니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한다.
집에 수신자 번호가 뜨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집에 아직 안들어 가서 확인 못했단다.
내 머리가 복잡해 진다.
정말 이 며느리 말대로 그 할머니가 치매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간병인까지 두고 살만큼 넉넉한 생활을 하는 듯한데...
간병인이 휴가라 오늘 집에 없고, 만만한게 교회니 교회에 떠 맡기고 놀러간게 아닌지?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있는데 내 머리로 그려낸 비디오가 잘못 찍힌 걸까?
아무런 감사의 말도 없이 어머니를 모셔가는 며느리, 머리 조아리며 죄송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할머니...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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