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병원에 3주간 입원해 계실 때 이런 저런 질병을 치료받기 위해 환자들이 끊임없이 입원했다가 퇴원해 나갔다.
간호하는 이들이 탄식하며 내뱉는 사정을 들어보니 정말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병원 휴게소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남편이 내 어머니처럼 장에 문제가 생겨 장루(인공항문)를 설치했는데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인지 자주 소란을 피운다고했다.
이렇게 살 바엔 한강에 빠져 죽겠다느니, 독약을 마시고 죽겠다느니 아우성 치며 간호하는 아내를 못살게 군단다.
제 손으로 장루를 처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여 옷과 침대를 오물로 물들여 간호사들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내 어머니도 장루를 설치한 것에 대해 정신적인 충격이 매우 큰듯했다. 처음 내가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옆구리에 달려 있으니 치우기 쉽다고 농담했을 때 어머니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병실에서 간호사(간호사는 천사다!)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장루를 다루는 것을 보면서 내 어머니인데 못할게 무언가 하고 덤벼드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처음에는 처리 방법을 몰라 지저분한 짓도 많이 했지만 차츰 요령이 생겨 이제는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몸의 하수도에 문제가 생겨 부득이 인간이 하수도를 딴 길로 빼냈는데 그 기술이 아직 시원치 않아 매일 하수처리 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게 문제다.
장루주머니를 달고 일상 생활을 하는 환자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내 어머니는 방콕 생활이니 감사)
뿐만 아니라 주머니가 일주일에 2개만 보험처리가 되니 추가 구입을 해야 할 경우 경제적인 부담도 클 것이다.(내 어머니의 장루 위치가 하행이라 정상적이기에 사고칠 염려가 적어 그런 부담도 거의 없으니 감사)
또한 장루를 잘못 관리하면 피부에 염증이 생겨 추가 질병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극히 주의가 필요하단다.(내 어머니는 아직 초기이니 세심히 주의하면 될 것 같아 감사)
젊은이들은 건강이 회복되면 다시 복구하는 수술도 한다지만 내 어머니는 여생을 장루를 단채로 살아야 할 듯하다.(어차피 노년에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게 자식이라면 앞쪽에서 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감사)
조금 기운을 차린 내 어머니는 나에게 짐을 지운 것을 미안해 하면서 스스로 장루를 처리해야 할텐데 라며 탄식하시지만 나는 감사할 뿐이다.
90노인이 그 중한 수술도 잘 견뎌내시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시며 계속해서 자식에게 누끼치는 것에 부담을 느끼시며 남에게 누를 끼치는 것만 미안해 하시니, 벽에 칠 하고 사는 노인들과 비교해 볼 때 감사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이 일로 어머니와 가까이 할 시간도 갖게 하셨으니 감사할 뿐이다.
제대로 먹고(쾌식), 제대로 배출하는(쾌변) 축복을 깨닫지 못하고 냄새난다고 얼굴 찡그리며 감사없이 살아가는 자들이여!
장루 환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화장실을 드나들 때마다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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