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우리 주변에 배변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와 상관이 없는 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내 어머니가 배변주머니를 차고 여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내 어머니 연세 90세에 눈마저 어두우니 배변 처리는 내 몫이라 당연히 받아들이고 잘 감당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그것이 항상 죄스러워 처리할 때마다 한숨을 내 쉰다.
하지만 내가 정작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배변 처리가 아니라 장루 용품 조달 문제인 것을 아는 지 모르는지...
장루용품은 장루환자들에게 필수품인데 그 가격이 생각이 미치지 못할 만큼 고가이다.
피부에 붙이는 접착판은 일회용인데 한개당 평균가격이 1만원인데 일주일에 두개가 기본이며, 제대로 부착되지 못해 샐 경우는 하루에 한개 이상을 써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것은 재사용도 할 수 없다.
또한 접착판에 다는 배설 주머니는 1개당 평균 3천원 꼴인데 이것은 자주 바꿔야 하기에 감당할 수 없어 씻어서 쓸 수 밖에 없는 사정이다.
다행히 일주일에 접착판 2개와 배설 주머니 2개가 보험처리가 되어 싸게 구입할 수 있지만 초과시에는 고가로 매입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인터넷 장루동호회에 들어가보면 배설 주머니를 절약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피부에 붙이는 접착판은 아직 적당한 대체 방법이 없는 듯하다.
그뿐이 아니다. 접착판을 피부에 붙이기 위해서는 본드와 같은 연고가 필요한데 약 한달 정도 쓸 수 있는 연고 가격이 1만 6천원 정도이고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뿌려 줘야 하는 약도 그 정도의 가격인데 이것들은 아예 보험처리가 안되니 장루환자들의 재정적인 고충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다행히 우리 어머니는 장의 하단부에서 장루를 냈기에 묽은 변이 아니라 그나마 부담이 적은 편이다. 장의 상단부에서 장루를 빼낸 회장루환우들은 항상 묽은 변이라 부착판에 조금만 틈이 생겨도 새기에 고가의 접착판을 자주 갈아대야 하니 돈은 돈대로 들고 옷과 침구를 변으로 물들이게 되니 환자 자신이나 간병하는 이들 모두가 이중고를 겪는다고 할 수 있다.
몸의 하수처리를 마무리하는 그 부분의 가치를 모른채 이제껏 살아왔는데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새삼 창조주 하나님이 허락하신 몸 구석 구석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닫고 감사할 뿐이다.
그 미천한 항문조차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인간들이 첨단 의학이니 첨단 과학이니 하며 떠들며 자만하는 것을 하나님이 내려다보실 때 얼마나 우습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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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09.12.20 - 2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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