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인터넷으로 십자매를 구매했습니다.
십자매는 어릴적에는 암수를 구분하기 힘들다고 암수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세 마리를 보내주더군요.
그런데 차츰 커가면서 우는 소리를 들으니 세마리 다 암컷인 듯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마리가 새장 문이 열린 틈을 타 탈출하고 두마리만 남았습니다.
숫컷을 사기위해 청계천을 들렀다가 십자매 숫컷 대신 금화조 숫컷을 사왔습니다.
십자매에 비해 금화조 숫컷의 색깔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화조 숫컷과 십자매 암컷이 짝을 이루어 새끼를 낳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전 지식을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금화조 숫컷을 새장에 들여놓는 순간부터 새장 안은 전쟁터를 방불하는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온순하다던 십자매(열마리를 함께 키워도 싸우지 않는다고 십자매라고 한다더군요)들이 텃세를 하면서 금화조를 맹렬히 공격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금화조는 그 아름다운 꽁지를 다 뽑히고 말더군요. (꽁지 빠진 새 모양이라는 속담을 기억해 보십시오. 그 아름다운 자체가 흉한 꼴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금화조는 숫컷이라 그런지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더군요. 당당하게 노래하며 쉬지않고 공격을 피하면서 한편으로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펴더군요.
그래도 둥지에는 한번도 못들어가고 밤중에도 둥지 밖에서 홀로 지새우더군요.
금화조의꽁지가 다시 자라기 시작할 무렵 그러니까 지난 8월 14일 드디어 십자매가 알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둥지 밖에 낳아 깨뜨린 알까지 합치면 모두 열알은 낳았을 겁니다.
십자매가 알을 낳으면서 놀랍게도 새장 안에는 평화가 찾아들었습니다.
날카로운 부리로 쪼으며 티격태격 싸우던 새들이 모두 알품기에 전념이었습니다.
금화조가 둥지 속에 깃풀을 부지런히 물어다 나르고, 십자매 두마리는 교대해 가면서 알을 품었습니다.
금화조도 둥지 안에 당당히 들어가 함께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금화조와 십자매 사이에서 태어난다는 금십조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상당한 기대를 갖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새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무정란과 유정란을 비교해서 올린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둥지 속에 있는 알을 들여다보니 그것은 분명 무정란이었습니다.
알을 빼내 깨뜨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직 그대로 노란자가 있었습니다.
정말 기대했는데 허망하더군요.
새들은 왜 무정란을 그토록 정성스럽게 품고 지냈는지...깜빡 속았습니다.
알을 빼낸 후 이전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또 다시 서로 다투는 모습이 눈에 띄는군요.
새장 안에 평화가 다시 깃들기 위해서라도 빨리 금십조가 태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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