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차옥자집사님 글 옮김
No, 192
이름:차옥자 (cha-okja@hanmail.net)
2004/3/3(수) 04:22
참아야 할 것
재작년쯤이었나, 아들이 결성한 밴드팀에서 드럼을 맡아 하던 아이가 한동안 드럼을 치지 않겠다고 해서 공연을 위하여 다른 아이를 급히 연습시키는 것을 보았다.
말을 들어보니 사순절이라서 그 기간동안 죄 안 짓고 경건하게 지내면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 하나를 하지 않고 참고 견뎌내는 것을 교회에서 권장했고 그것을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기특해보인다 했더니 아들이 하는 말이 크리스천은 항상 죄 짓지 말아야 하고 매일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데 이 때만 유별나게 경건하게 지내려 한다면 다른 때는 죄 지어도 괜찮다는 말이냐고 하면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참는 것이 크리스천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나쁜 것을 참아야지 죄도 아닌데 좋아하는 것을 왜 참아야 하냐면서 조목조목 조리 있게 따지는데 아무 할 말이 없어서 네 말이 다 맞다 하고 그 자리에서 인정하고 말았다.
아이의 말이지만 난 그 말을 매번 반복하며 생각한다.
신앙생활에서 참아야 할 것과 참지 말아야 할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어느 틈엔가 구별이 되지 않고 있다.
정말 편한 세상인가보다.
목숨 걸고 믿어야 할 일도 없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골라 믿을 수 있는 세상에서 뭔가 나를 속박해야만 맘이 편한가 보다.
참아야 할 고난이 없으니 이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골라서 참겠다고 하는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주안에서 감사하고 죄의 사슬에서의 해방을 기뻐하며 즐거워하라고 했는데 우리는 어느 틈엔가 고행을 자처하고 있고 또 그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러다가 세상의 크리스천들이 다 도 닦고 해탈하는 스님이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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