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다스리면서 길러져야 하는 자 들이지 가르침을 받아야 할 선생이라고 어른들은 생각지 않는다는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글 속에 풍겨나는 내음이 너무 향기롭고 오묘해서 옮겨봅니다, (옮긴이)
No, 242
이름:차옥자 (cha-okja@hanmail.net)
2006/10/8(일) 09:24
말의 색
말썽만 피우는 아들이 어느날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참 잘 했다 칭찬 들었다는 말이 도무지 안 믿어져서 “선생님이 차-암 잘 했다 했니, 아니면 참 자-알 했다 했니?” 라고 물어봤다던 친구가 생각난다.
한 친구는 미국에서 나고 자라서 우리 말이 서툰 아들이 어느날 집에 들어와서는 “밥통이 무슨 뜻이야?” 하고 물었다고 한다.
뭔가 짐작은 갔지만 곧이곧대로 밥 담는 그릇을 말한다고 설명해 주었더니 아들이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그런 거 아닌 것 같았는데 하더란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의미를 표시나지 않게 나타내는 방법을 배운다.
글로 쓰면 아무 것도 아닌데도 의미로 쓰여지는 단어들은 참 많다.
눈치없이 그런 단어 썼다가 웃기는 꼴 당하는 경우도 있다.
단짝 친구가 결혼 후에 남편과 무슨 일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어색한 분위기도 전환할 겸 바로 전 시장에서 사온 엿을 내놓고 엿 먹으라 했더니 말 끝나기도 전 남편이 바로 전 산 새 테니스채로 벽을 쳐서 부러뜨리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다.
그럼 엿을 놔두고 뭐라 말해야 했냐면서 아까운 테니스채만 동강 냈다고 도리어 반문하는 친구도 있었다.
어떤 때는 말의 올무에 갇혀서 꼼짝 할 수 없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따질 수도 없고 말할 수록 우스운 꼴 되고 그러면서 고스란히 당해야 하는 일들은 이 세상에 무수히 많다.
마음을 열고 대화로 라고 하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그 말은 교회마다 줄기차게 남발하는 감사만큼 흔한 말처럼 되어버렸다.
따스함이란 말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 말은 전달매체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되도록 단순하게 표현하고 말에 다른 의미를 달지 않고 그 뜻대로만 쓰려고 훈련을 많이 하지만 적절하게 쓰지 못했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 태도들이 가끔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그리스도인으로 적절치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마켓에 가면 가끔 어린 꼬마 아이들에게 소리지르며 설교를 해대는 엄마들을 본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어른같이 행동하지 않는다고 신경질 내는 철닥서니 없는 엄마들을 보면서 오래 전 나의 모습을 보곤 한다.
이 세상에 엄마 사랑처럼 이기적인 사랑이 또 있을까.
아이들에게 자신의 눈높이에 맞도록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어버이날까지 만들어서 하늘같이 받들라 하는데.
실수도 하고 실패도 겪고 아슬아슬한 가운데 여러가지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것을 보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었던 일들을 생각하곤 한다.
좀 더 깨달음이 있었더라도 화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것을 난 정말로 몰랐다.
내가 좀 더 현명했었어도, 내가 좀 더 지혜로웠어도, 또 좀 더 어른스러웠어도 그렇게 소리지르지 않고 얼마든지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지금에야 깨달은 것이 아이들에게 참 미안하다.
짜증내고 화낸 것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였었다.
왜 주님이 어린 아이들 같아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 했는지 이제야 조금 알 듯 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스리면서 길러야 하는 자들이지 가르침을 받아야 할 선생이라고 어른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말은 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말의 색은 내 마음 깊은 곳의 증거물이다. 내 마음이 따뜻하면 스스로 온기를 내고 내 마음에 날이 서 있으면 얼음장을 만드는 것이 말의 색이다.
주변을 보면 냉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면서 남을 탓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은 冷氣(냉기)를 만들 줄 모른다.
冷氣를 만들어내는 것은 자라지 못한 어른들일 뿐이다.
冷氣는 자신은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冷氣는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 아닌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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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06.10.10 - 2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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