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기사는 2004년 12월 10일에 주간경향에 올라온 기사입니다.
10년도 더 넘은 기사지만 이와 유사한 사기가 주변에서 일어나기에 주의를 주기 위해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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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어느 날, 자신의 e메일 계정을 살펴보던 대학교수 ㄱ씨는 이상한 내용의 e메일을 발견했다. 자신을 나이지리아 군 장성의 딸이라고 소개한 외국 여성이 부친 사망 후 신변에 위협을 느껴 부친이 숨겨놓은 1천만 달러를 해외로 송금한 뒤 망명을 계획하고 있으나, 수취용 해외계좌가 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ㄱ교수는 답신을 보냈다. 그러자 이 여성은 계좌 사용을 허락해주기만 하면 사례로 1백만 달러를 내놓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는 반신반의했지만 계속 e메일을 주고받으며 이 여성이 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돈을 받아 연구비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친 ㄱ교수는 수차례에 걸쳐 여성이 현지 경비조로 요구한 8만 달러를 보냈다. 송금을 완료한 그는 상대방으로부터 연락을 기다렸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ㄱ교수는 그제야 사기당한 것을 깨닫고 관계 기관에 신고했다.
사전 경비조로 먼저 거액 요구
e메일을 통한 국제금융사기가 등장한 지 10여 년이 다 됐지만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 28일 e메일을 통한 국제금융사기 '나이지리안 419'가 최근 빈발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e메일 발송지가 주로 나이지리아와 인접한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으로 돼 있고 나이지리아 형법 419조가 이를 사기죄로 규정하고 있어 '나이지리안 419'로 명명된 이 사기수법은 대체로 해외에서 국내인에게 무작위로 e메일을 보내는 방식을 취한다.
나이지리안 419 사기꾼은 대개 자신이 거액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해외로 옮기는 것을 도와주면 거액의 커미션을 주겠다는 식으로 개인을 끌어들여 e메일을 통해 신뢰를 쌓은 뒤, 돈을 송금받고는 자취를 감춘다. 내용은 다양하다. 어느 사기꾼은 전직 대통령 비자금 담당을 자처하며 보관중인 4억8천만 달러를 안전하게 송금할 수 있는 계좌를 개설해주면 20~30%의 커미션을 제공하겠다고 유혹했고, 국영석유회사 회계국장이라고 속인 다른 사기꾼은 회사가 1억5천만 달러짜리 계약을 하면서 1천만 달러를 남겨 비자금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나이지리아에서는 정부 관료가 외국계좌를 가지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계좌를 개설해주면 20%의 커미션을 제공하겠다고 제의해왔다.
이들 사기꾼은 주로 정부기관이나 중앙은행, 국영석유회사 등의 고위 관계자나 심지어 왕족이름까지 도용한다. 이 밖에 3년 전에 죽은 터키인의 휴면계좌에서 6천5백만 달러가 예치돼 있는 것을 발견했으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이를 함께 나누자는 경우도 있었고, 무기상을 자처하며 나이지리아의 정치상황이 불안정해 미국 등 경제대국에 미화 3천만 달러를 분산 보관하고 싶다면서 자금세탁을 도와주면 거래금액의 10%를 제공하겠다고 유혹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쪽에서 관심을 드러내면 사기꾼은 서서히 마각을 드러낸다. 업무 추진비나 사전준비 비용이 필요하다는 등 먼저 수천 달러의 돈을 요구한다. 이 말을 믿고 송금하면 사기꾼은 말을 바꿔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데, 이런 식으로 요구 규모는 순식간에 수만 달러에 이른다.
아프리카 현지로 입국해 직접 확인하라며 유혹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자칭 콩고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라는 사기꾼은 '대통령이 암살되기 전 개인 특수부대 창설을 지시, 이 부대가 사용할 무기를 남아공에서 구입하기 위해 2천50만 달러의 비자금을 비축해 남아공으로 가져왔는데 대통령이 갑자기 암살당해 비자금이 공중에 떴다. 나는 난민상태가 돼버려 은행계좌 개설 및 해외투자가 불가능한 상태다. 비자금 해외송금을 도와준다면 전체 금액의 25%를 제공하겠다. 일단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국해 나를 도와달라'는 e메일을 보냈다.
사기꾼이 유혹하는 대로 현지에 들어가도 사기 여부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2002년 5월 ㄴ씨는 앙골라 반군의 아들을 자처한 사기꾼으로부터 팩스를 받았다. 남아공의 사설 현금보관소에 2천5백만 달러의 비자금을 보관중인데 자금인출을 도와주면 커미션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남아공을 찾아 사기꾼을 만났고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수수료 명목으로 3,500달러를 가로챈 이들은 ㄴ씨를 비자금 보관장소로 데리고 가 가짜 돈다발을 보여준 뒤 인출수수료 3만5천 달러를 부담하도록 요구했다. 그는 3만5천 달러를 2차례에 걸쳐 송금했지만, 약속했던 커미션은 입금되지 않았다. 사기꾼은 남아공 법규상 달러를 인출할 경우 인출금의 1%를 은행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며 25만 달러를 다시 요구했다. 그제야 ㄴ씨는 속은 것을 깨달았지만 사기꾼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
피해당해도 구제할 방법 없어
현지에서 납치와 감금, 협박이 이어지기도 한다. 남아공으로 이주한 시에라리온 출신 사업가의 팩스를 믿고 남아공에 들어간 피해자는 사기꾼을 수상히 여겨 지불을 거부했다. 그러자 남아공 경찰신분증을 제시한 사기꾼들은 피해자를 납치, 현금과 소지품을 강탈하고 20만 달러를 내놓으라고 협박-고문하기도 했다.
사기는 점점 교묘해져서 최근 국내에 무작위로 뿌려진 e메일에서 사기꾼은 러시아 최대 정유재벌이던 유코스 정유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의 측근을 자처하고 있다. 미하일은 자유주의를 표방한 야블로코당과 우파연합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가 구속됐는데, 이런 사실을 사기에 이용한 것이다.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의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동결시키기로 결정을 내렸으나, 러시아 신용을 위해 유코스 정유사와 계약한 투자자에게는 돈을 돌려주기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해외 계약자에게 돌려줄 2천8백만 달러를 따로 챙겼으며, 해외 계약자가 돼줄 사람이 필요한데 만약 도움을 주면 10%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야기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사기꾼들은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이 구속된 기사를 첨부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제 금융사기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며 "피해를 보아도 현실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는 만큼 의심스러운 e메일에는 절대 응하지 말고 당국에 문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개개인의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기극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을 듯하다. 무역상인 ㄷ씨는 지난 6월 나이지리아 소재 외국인으로부터 사업상 지인인 나이지리아 상인이 사망해 1천만 달러의 상속재산을 받게 되었다는 e메일을 받았다. ㄷ씨가 관심을 보이자 현지 법원 명의 피상속인 확인서류, 현지 보험회사의 지급보증 서류, 유럽 중앙은행 발행 자금확인서 등과 함께 금융기관 수수료 5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 사기라고 생각한 그는 당국에 신고했다. 그는 당국으로부터 각종 서류 등은 현지에서 쉽게 위조할 수 있으며 '나이지리안 419'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여전히 기대감을 버리지 못한 채 상속재산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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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유형 4가지
1. 난 나이지리아 군 장성의 딸. 아버지 사망 후 신변위협. 숨겨 논 1천만 달러 해외송금 도와주면 1백만 달러 사례하겠다.
2. 3년 전 죽은 터키인 휴면계좌 권리주장 하는 사람 없다. 6천5백만 달러 예치돼 있는데 이를 빼돌려 함께 나누자.
3. 난 콩고 대통령 경호실장. 대통령 암살당해 비자금 공중에 떴다. 남아공까지 와서 비자금 송금 도와주면 거액 사례하겠다
4. 난 최근 구속된 러시아 최대 정유재벌 미하일 측근. 2천8백만달러 챙겨놨는데 해외계좌 개설 도움주면 10%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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