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타작
올해로 두 번째 콩 타작이 시작 되었다
말로는 두 번째 타작이지만 사실은 첫 번째 타작이다.
왜냐하면 작년에는 내가 전혀 농사일에 관여 하지 않고 동네사람을 시켜 타작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생전처음 짓는 농사인 관계로 추수 때가 되긴 했는데 언제 어떻게 거두고 말리고 털어야 하는지 몰라 서울 친구에게 문의 하였었다,
그 친구 아내가 가르쳐 준대로 했더니 동네 사람이 와서 그렇게 하면 안되고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해서 괜스레 친구 말만 듣고 시간만 허비 했다는 아내의 불만에 말다툼만 하게 되었고
그 일로 아내와 냉각기를 가질 겸 아예 동네사람을 사서 타작했더니 비용만 낭비한 결과가 돼서 올해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직접타작 하기로 하였다,
올해는 이상 하리만큼 우리 밭에 심은 것은 뭐든지 결실이 풍성하였다,
동네 어떤 이는 우리부부가 몇 십년 농사지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틀림없다고 하였다, 전혀 없다고 해도 인정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야 어떻게 그렇게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느냐는 이유였다,
하긴 얼마전 우리교회 장로님과 권사님 등 몇 분이 고구마 캐면서 풍성하고 큰 고구마와 콩밭을 보고 이렇게 콩이 많이 달린 것은
처음 본다고 말씀 하기도 하였다,
아내는 작년에 콩타작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아 올해는 콩밭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그래서 유식하지만 경험 없는 도시사람들의 말 보다 무식해도 경험 많은 동네 할머니들의 말을 따랐다,
할머니들의 조언에 따라 콩잎이 누렇게 되자 콩잎을 모조리 따 버렸다,
그래서 우리 밭에 콩은 전부 벌거숭이가 되었고 콩이 빨리 익어갔다
(
히4:13)지으신 것이 하나라도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고 오직 만물이 우리를 상관 하시는 자의 눈앞에 벌거벗은 것 같이 드러나느니라,
2-3일 경과 후 낫질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콩대를 전부 손으로 꺽어 밭고랑에 세워 두어 말렸다가 내일모래 비가 온다는 뉴스에
드디어 오늘 타작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작년에 일도 있고 해서 아내가 콩 타작 한다고 부산을 떨어도
외면하고 있었다,
방안에서 전화 받고 있는데 아내가 꽥! 하고 큰소리 지른다,
왜, 그래요? 하고 나가보니 아내 얼굴은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 좀 도와줘!
콩밭에 콩대만이라도 운반 해줘! 나는 죽어라 고생 하는데 뭐하는 거야?
아내의 얼굴만 만 봐도 미안한데 소리치는 모습이 우습고 무섭다!,
어슬렁거리며 올라가 콩밭의 콩대을 운반하다 보니 아내가 막대기로 콩대를 두드리는 모습이 너무 비능률 적이다,
처음부터 도리깨를 하나사서 털자고 해도 아내는 결사반대 하였다,
도리깨질이 서툴러서 다칠 우려가 있고 다치면 손해가 더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작년에 아내와 말다툼 한 이후로 농사일의 권한과 주장은 모두 아내가 시키는 대로 한다,
뿐만 아니라 농사일에 관한한 내가 하는 말은 무조건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아예 내 의견은 포기하고 아내가 시키는 대로만 한다,
때문에 가정은 평안 하지만 때로는 일에 능률이 안 오르고
무척 더딘 것도 사실이다,
도와주다보니 완전히 머슴이 따로 없다,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 시키지 않은 일하면 고함소리가 들린다,
아내는 젊었을 때 목소리가 예뻣다, 아내의 찬송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고함소리가 예쁘다,
늙어가도 목소리가 여전한 것이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큰소리로 짜증 부리는 고함소리도 예쁘게 들린다,
아내가 큰소리친다,
나는 네! 주인마님 분부만 내리십시오, 굽신한다,
그 말 한마디와 행동에 어디서인지 큰 보따리가 떨어져 들어온다,
웃음보가 터진다,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맡아 해야 한다,
나보고 이웃집에 가서 콩 고르는 기구 좀 빌려 오라고 한다,
이웃집 할아버지에서 부탁하니 키를 빌려 주면서 도리깨로 치면 쉬운데 뭐로 터느냐고 해서 아내가 직접 막대기로 턴다고 하니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다,
내 아내는 내 말은 안 들으니 어르신이 가서 이야기 해주면 들을 것 같으니 말씀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직접 와서 아내에게 도리께로 털어야 한다고 하니 효과가 있다,
경험있는 동네 어른들의 말은 확실히 잘 듣는다,
아내가 도리깨를 사오라고 허락한다,
도리깨로 터니 확실히 능률이 오른다,
그런데 여기저기 튀어 버리는 것도 많고 안 털린 것도 더러 있지만
능률이 오른다,
밭두렁을 보니 바닥에 꽤 많은 콩 알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까웠다, 한참 줍다보니 너무 많이 버려져 있었다,
주우면서 생각해보니 봄부터 씨 뿌리고 땀 흘려 정성껏 키워 마지막 추수 때 바쁘고 힘들고 알곡이 많아 약간의 손실은 감수해도 된다는 잠재의식에 의한 해이함과 안일함 때문에 이렇게 어이없이 버려지는 것이 많다면 지금까지 수고한 수고가 얼마나 억울하지 않은가 ?
마지막에 더 잘해야지 결정적 순간에 해이해 져서 허비 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얼마나 허무한가??
작년에 남을 시켜 한번 털고 난후 확인해보니 버려진 것이 너무 많아 속상하고 안타까웠던 사실이 있었는데 그때는 잘 몰라서 그랬다 할지라도
이제는 내손으로 내가 직접 하는데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하나님께 죄를 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께서 오실 때에 그 귀중한 보배 하나라도 남김없이 다 찾으시리 (찬 299장)
했는데 나는 알곡을 과연 다 찾고 있는가?
여기까지 생각 되어 지자 지체 없이 한번 털은 콩 대를 모아 다시 수작업으로 확인해보니 너무 많은 콩 알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버릴 뻔한 많은 콩알들을 보면서 놀라고 감사했고 내 아버지께서 농부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또 한번 놀리며 또 다시 감사 했다 (요15:1) 내 아버지는 농부라!
한번 턴 것을 모아 다시 타작하니 꽤 많은 콩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도 천년후 다시 한번더 추수 하시는건 아닐까? (계20:8-)
자기의 타작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신다 (마3:12)
네 낫을 휘둘러 거두라 거둘 때가 이르러 땅에 곡식이 다 익었음이로다,(계14:15)
타작을 마치면서
마지막 심판의 날이 타작 마당 과 같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경건의 옷깃을 여미고 머리 숙여 기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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